Hermes : 린디 26 블랙 금장
Item no. 35
오늘은 내 선물은 아니고, 엄마 선물 이야기를 해보련다.
결혼 준비하면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우리 엄마랑 시엄마를 위해 가방 하나씩 마련해드리자고 태재랑 약속했다.
시어머니는 로고가 잘 보이는 루이비통이 그나마 취향에 맞으실 것 같았고, 우리 엄마는 티 안 나는 에르메스를 갖고 싶다고 하셨다.
그런데 콧대 높은 에르메스가 뭐 가방이나 우리에게 보여줄런지 전혀 알 수가 없고, 가격대가 배로 높으니 어쩔까 고민을 했었다.
펜디 피카부는 어떤지, 샤넬은 어떤지 물어봐도 시큰둥.
그래서 엄마 선물로는 피코탄이나 가든 파티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음. (나 돈 없으니까, 가난하니까)
바쁜 나 대신에 전날 엄마가 오픈런을 뛰었음
엄마한테 피코탄 22 사이즈 있으면 색깔 상관없이 무조건 사라고 했는데ㅋㅋㅋㅋ
역시나 염두에 두던 피코탄, 가든 파티는 아무 것도 건지지 못 하고 그냥 눈에 보이는 할잔 31? 이 녀석을 그냥 사왔음.
저 사이즈 비스킷 컬러 백이 650인가?
암튼 나나 아빠나 그냥 들라고 하기에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취소하자고 했음.
당연히 에르메스가 한두번 만에 순순히 원하는 가방을 내놓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더 가보자고 했다.
심지어 엘메 셀러가 무례하게 굴어서 울 엄마 분노의 샤우팅까지 했다고 함.
암튼 온 가족이 화가 잔뜩 나서 고객센터에 항의라도 할 요량으로 오늘 취소를 하러 감
신강에 오픈런 오랜만에 하는데 역시나 엉망진창! 내 앞에서 뛰던 여자 넘어지고 완전 난리도 아니었음.
에르메스 초반 번호를 받고, 뒤를 돌아보니 한 3-40명은 주욱 줄 서 있었음.
세상 돈 많은 사람들 참 많아~
우리 차례가 되어서 들어가니 역시나 뭐, 진열된 가방은 하나도 없고
실망해서 어제 산 가방만 취소하겠다고 하고 좀 더 진열장을 봤더니 화이트백 린디가 있었다.
순식간에 눈에 하트가 뿅뿅 나와서 한번 들어보겠다고 하고, 셀러님이 꺼내주셔서 들어보니 생각보다도 더 진짜 진짜 이뻤다.
하지만 60대인 울 엄마가 들기에는 너무 하얀 색이라서 살짝 부담스러웠다.
열심히 매고 거울 앞에서 아, 색만 좀 더 무난했어도 바로 사는건데 발 동동 구르면서 아까워 하니까.
셀러님이 특별히 보시는 색이 있는 건 아니냐면서,
은밀한 시그널을 뿅뿅 보내기 시작함.!!!!!!
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????????????
엇, 저흰 무난한 색이면 됩니다.
선호하는 색 없고, 블랙도 좋고, 블루뉘도 좋고, 인디고도 좋고!!
그럼 잠시만, 하고 셀러님이 총총총 사라지셨다.
엄마랑 나는 아빠 사줄 넥타이랑 벨트랑 구경하고 있으니 곧 비닐도 뜯지 않은 영롱한 주황색 박스를 들고 나오심.
Lucky me!!!
블랙 금장 린디 26이었다.
너무 흥분해서 매장에서 사진도 못 찍고.
아빠가 전화와서 맘에 들면 사라고 얘기하는데, 나 가방 구경해야 하니까 끊으라고 끊어버림ㅋㅋㅋㅋ
오타 작렬하는 우리 아빠 카톡ㅋㅋㅋ
뭐 물건 더 길게 보지도 않고, 그냥 그 자리에서 일시불 결제하고 나왔다.
내 예산보다 2배 이상을 썼지만, 엄마가 원래부터 린디 갖고 싶어했던 아이였던지라.
심지어 정말 운 좋게 2번째 방문만에 완벽한 가방을 구할 수 있어서 진짜 뿌듯한 소비였다.
이거 샀으면 무조건 인증샷 남겨야 한다고 엄마 억지로 세워놓고 사진 찰칵ㅋㅋㅋㅋㅋㅋ
엄마, 착한 딸 둬서 행복하지?
집에 와서 유일한 포토존에서 사진을 남기고.
온 가족 모였을 때 후다닥 언박싱함.
아니 금장이라니, 어떻게 블랙 금장 좋아하는지 알고 이렇게 딱 내놓으실 수가 있지?
하여간 셀러분 너무 친절하고, 고급진 이미지셔서 앞으로 신강 갈 때마다 찾아서 구매 이력 쌓고 싶은 마음!
사진이 다 제각각 엉망인 건, 함 들어올 때 포장 다시 해서 들어올거기 때문에 간단한 언박싱 이후에 재포장했다.
이제 시엄마 가방 살 일만 남았는데,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시는지 아직 감이 안 잡혀서 복잡하다.
나는 샤넬 가방 사고 한동안 가방 욕구는 줄었었는데
엘메 보니까 피코탄이랑 린디 왤케 갖고 싶지……?